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4년이 지났다. 이제 종식될 때도 된 것 같은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숨은 확진자’, 어느 정도일까?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의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주간 분석 보고’에 따르면 생활 하수에 섞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사업은 방역 당국이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인 분석기법이다. 하수 속 바이러스 검출량은 바이러스 확산과 연관성이 높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가 사용한 물에도 바이러스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가정에서 하수도로 버려지는 생활 하수 분석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바이러스를 감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 전국 각지의 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치솟고 있다. 그중 특히 서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지난해 여름에 비해 4배 이상 높아졌다.서울은 지난해 8월부터 약 4개월간 2만copies/ml 안팎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지만, 49주차(12월 3~9일)에 4만copies/ml를 넘기더니 올해 1주차(1월 1~6일)에 8만copies/ml를 돌파했다. 광주광역시, 제주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의 하수처리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 변화와는 무관하게 확진자 수는 큰 변동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오차를 ‘숨은 확진자가 많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끊임없이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우리 면역세포도 진화한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이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끝없이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맞서 우리 신체의 면역반응도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미크론에 의한 돌파감염을 겪으면 미래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신의철 센터장(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오미크론 돌파감염 시 형성된 기억-t세포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주에도 강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사실을 밝혔다. 2021년 말에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주는 강한 전파력 때문에 신속히 우세종이 되어 2022년 세계 각지에서 대유행했다. 그 후에도 2022년 초 나타난 ba.1, ba.2를 비롯해 ba.4/ba.5, bq.1, xbb 계열, 최근에는 jn.1 변이주가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돌파감염과 재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연구진은 2022년 초에 ba.2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은 회복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변이주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하는 기억-t세포를 관찰했다. 기억-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받으면 신체 내에서 형성되는 면역세포로, 감염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감염된 숙주 세포를 재빨리 찾아 제거해 줌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연구 결과, ba.2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으면 ba.2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출현한 ba.4/ba.5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t세포 반응도 더불어 강화된 것을 확인했다.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음으로써 미래에 새롭게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까지 증강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경험하면 추후 새롭게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중증 코로나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정민경 연구위원은 “엔데믹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라며, “지속적인 오미크론 변이주의 출현에 맞서 사람들의 면역도 점차 적응해,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변이주까지 방어하는 면역력을 얻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의철 센터장은 “백신 개발 시 현재 유행하는 우세 변이주와 변이가 진행되는 계통 간의 유사성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그 다음 변이주에 대해서도 기억-t세포 방어력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됐다.